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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미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한 날이 어제가 되어버렸다. 시간은 우리의 감정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은 채 그저 앞으로 나아갈 뿐이다. 작년부터 하도 이미지로는 친근했던 인물들이 삶에 스스로 마침표를 찍어온지라, 충격은 최진실 씨의 죽음 때보다 덜했다. 그땐 정말 "최진실이 어떻게 죽지?"라는 물음을 던졌다면, 이번 일은 "법정대결이 이어질 줄 알았는데, 의외다."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역시 전직 대통령에서 변호사로 돌아가 자신의 권리를 옹호하고 이른바 "실체적 진실"을 두고 다투기에는 부담스러웠을까. 혹자는 산 중달이 죽은 공명에게 당한 것처럼 이를 두고 노 전 대통령의 마지막 승부수라 말하지만, 그의 시신에서 온기가 이제 막 가셨을 시점에 이런 추측은 개념 없는 기획재정부 관료들이 그의 죽음과 국가 경제와의 영향을 운운하는 것과 저급한 수준의 차이가 없다고 본다. 
  
 그 다음으로 든 생각은 세상의 인과율은 무섭게 그 존재를 보여준다는 것이었다. 노 전 대통령이 그의 형인 노건평 씨를 옹호하며 남상국 전 대우건설 사장을 극단적 선택으로 몰고 갔던 일이 불과 5년전 이맘때인데, 그가 현정권과 검찰 수사의 압박과 언론의 난도질에 이런 최후를 선택하게 됐다는 것에서 섬뜩함마저 느껴졌다. 물론, 두 사건 사이의 분명한 인과관계를 정립하려 노력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명백한 오류이지만, 사람의 감정과 소위 직관은 이런 간극을 쉽사리 뛰어넘을 수 있으므로 굳이 생각을 꺾어넘기지 않았다.

 그의 죽음을 이모저모로 자신들에게 유리한 쪽으로 이용하려는 사람들이 나타날 것이고, 또 그게 세상인 것은 분명하다. 이명박 대통령은 정권 재창출을 향한 노력을 가열차게 할 거란 생각이 든다. 그와 갈등관계에 있는 세력이 집권한다면, 당선되기 전부터 털 먼지가 많다고 회자됐던(allegedly) 그가 노 전 대통령이 처했던 위기보다 못한 상황에 처할 수 있을까. 민주당 쪽에서는 모르긴 몰라도 주류와 비주류 간의 갈등구도에 국민의 감정적 지지를 받아 결집된 친노세력이 또다른 major player로 부상하지 않을까 싶다. 이번 재보선 결과로 탄력을 받았던 진보신당의 입장에선 대안 세력의 지위를 친노세력이 주축을 이룬 민주당에 선점당한다면, 다시 위기를 맞겠지만, 과연 그런 일이 생길지는 두고 볼 일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극적으로 당선되던 2002년 12월 어느날 밤에는 정몽준 의원의 지지철회에 분노 내지는 패닉 상태에 빠져 신문을 수거하려 나가보기도 했었다. 하지만, "시장에 모든 권력이 넘어갔다"고 말하며 그는 내게 회의를 주기 시작했고, 한나라당과의 대연정 제안과 한미 FTA 추진, 그리고 대추리 사건에 대한 대응을 보면서 나는 그에 대한 지지를 완전히 철회했었다. 역시 정치인을 믿으면 안된다는 고정관념(?)이 한번 더 강화되고, 올해 4월부터 그가 겪은 고초들을 무심하게 관전자의 입장에서 바라봤었다. 그럼에도 그의 죽음이 내게 준 충격은 작지 않아 오늘 하루 내내 우울한 마음을 금할 수 없었고, 그가 지녔던 인간적 매력을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혹 죽음 이후에도 또 다른 세상이 있다면, 그가 좋은 곳에서 편히 쉬었으면 좋겠다. 

by 리오맥게리 | 2009/05/24 01:48 | 정치/정치학 | 트랙백

<단상> 삶이 내게 주지 않은 것.

 
  사람은 시대의 아들이다. 우리가 속한 사회와 이 시대의 흐름에 우리의 선택과 그에 따른 결과가 좌우됨을 의미하는 헤겔(확실치 않으나)의 경구라 할 수 있겠다. 나 역시 이 시대의 아들이고, 시대와 내가 태어난 조건에 의해 제약받은 바가 대부분이다. 일단, 나는 신자유주의가 태동하던 시절에 태어나, 30년정도의 세월이 흘러 "현실", "리얼리즘"이라는 폭주기관차가 선로를 벗어나 길을 잃어버린 젊은 날을 보내고 있다. 세계를 중심부-반주변부-주변부로 나눠보았던 월러스틴의 분석에 따르면, 아마도 반주변부에 속할 대한민국에 태어났고, 이 나라는 60년전에 겪었던 전쟁과 이후의 군사독재 덕분에 민족주의와 극우파가 지배하는 병영국가의 탈을 못 벗어나고 있다. 국가가 요구하는 대로 나는 내 20대의 2년을 군인으로 살았고, 어떻게든 편하게 군복무를 해보고자 미군부대에서 마이노리티로 살았다. 궁극적으로는 사회와 자본의 요구가 근저에 있겠으나, 고작해야 입시학원에 불과한 집단이 만들어낸 입시 배치표에 내 몸을 맡겼고, 우여곡절끝에 명문대의 비주류전공으로 학사학위를 받았으며, 20대의 남은 날들을 나에게 소시민적 부르주아의 삶을 살 수 있게 해줄 직업을 가질 학교를 가는데 쏟아붓고 있다. 나는 내 나름대로 여러 고민을 거쳐 선택한 것이라 변명하고 싶지만, 돌아보면 사회가 내게 선택지를 던져주었고 나는 기껏해야 A or B 정도의 선택만을 요식행위로 해왔을 뿐이다. 사회가 내게 선물로 주지 않은 것을 갖기 위해 발버둥쳐봤지만, 이 사투의 끝은 대체 어디일지 잘 모르겠다. 일단, 자연스럽게 영어를 배우지 못해 영어에 투자한 시간은 얼마이며, 그럼으로써 내가 얻은 것은 또 얼마나 되는가. 어설픈 지적능력을 가진 탓에 너무 높은 곳을 시야에 두어 나 자신을 괴롭혀 내가 얻은 것은 무엇인가. 오늘 하루도 무언가를 위해 열심히 살았건만, 이 날들의 끝에는 무엇이 있는걸까. 또 한 10년이 지나봐야 그 답을 어렴풋이나마 알게 되고, 이 모든 것이 내 사회와 내 시대가 내게 준 것임을 또 한 번 깨닫게 될 것같아 마음이 헛헛하다. 

by 리오맥게리 | 2009/03/18 00:07 | 사회/사회학 | 트랙백

Cardozo 인터뷰

 
  완전 Safety school이라 생각했던 카르도조에서 인터뷰를 하자는 이멜이 날아온게 대략 3일 전이다. 뭔가 준비를 해볼까 했었으나, 요새 마음과 경제상황이 미쿡유학에서 많이 떠난지라 열심히 준비할 마음이 안났다. 그래도 월요일 밤 11시에 파자마를 입고 인터뷰를 해보는 경험은 다채롭기도 하고, 이왕 벌린 일은 잘 마무리하자는 것이 내 인생의 모토인지라 예상 질문과 대답을 몇 개 정리해봐야겠다. 먼저, 왜 로스쿨에 지원하는지, 그것도 왜 미국 로스쿨인지에 대해 질문을 할 것 같은데, PS에도 썼지만 우리나라는 국제통상 전문 인력이 매우 부족하고 국제 통상법은 대부분 영미법을 따르고 있으며, 미국 로스쿨에서 제공하는 교육과정이 전문 협상가를 양성하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란 대답을 해야겠다. 그리고 내 LSAT점수의 discrepancy에 대해서도 질문을 할 텐데, 갑상선질환으로 몰고 갈 것인지, 정보의 부족으로 인해 여러 번 볼수록 불리한 시험인지 잘 몰랐다는(아, 궁색하다.), 혹은 단순한 호기심이었다는, 아니면 내가 준비를 하면 어느정도 향상을 할 수 있는지 알고 싶었다는 약간 복잡한 호기심을 핑계로 댈 것인지 잘 모르겠고 그냥 난감하다. 그리고 왜 카르도조인지에 대해서도 물을텐데, 학교에 대해 스터디를 해둔게 없어 인터넷을 좀 뒤져봐야한다. 인터뷰가 나를 붙이기 위한 분위기로 진행된다면, 장학금을 많이 받지 못하면 요즘 경제상황과 환율때문에 진학이 어려울 것 같다는 말로 레버리지를 삼아야겠다. 뭐 이말저말 국제전화로 하다보면, 시간은 금방 가겠지. Take it easy, Relax, and be myself. 

by 리오맥게리 | 2009/03/16 01:26 | 트랙백

<단상> 금나나 그리고 의학/생물학

 
  과학고를 나왔고, 경북대 의대 예과생이었는데, 미스코리아가 됐고 하버드 학부까지 졸업하고 컬럼비아 대학원으로 달려가 "대한민국이 좁은 아이들"의 두번째 주자(첫번째 주자는 아마 홍정욱이었을거다.)가 된 금나나의 인생 항로에서 가장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은 의예과를 다니던 그가 미국의 의대에 가겠다고 발버둥(?)을 치고 있다는 사실이다. 언젠가 읽었던 그녀의 인터뷰에서 기자도 그 부분이 궁금했는지 금나나에게 물었는데, 그녀의 대답은 4차원의 세계를 넘나들었다. 인간의 몸을 공부하지 않으면 자신은 다른 어떤 것도 할 수 없을 것만 같다는 것이 대답의 요지였는데, 무지의 소치인지 할 말이 없어서 그랬는지 더 이상하기만 했다. 자연과학 그리고 의학은 사실 한국에서 공부하든 미국에서 공부하든 그 내용이 달라지지 않는다. 물론, 최신 연구 동향에 따른 결과들을 먼저 알 수 있고 경향을 리드할 수 있는 제반 환경들은 미국이 더 좋을 수 있겠지만, 일개 의대생이 최신 연구결과를 모두 다 따라가고 있을 여유도 이유도 없지 않을까. 여러 속물적인 생각들이 머리를 오갔지만, 굳이 여기서 다 쏟아낼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다만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후, 처음 본격적으로 생물학 공부를 해보고 있는(비록 입시를 위해서지만) 내 경험의 도움을 받아 금나나를 옹호해보자면, 생물학을 공부해보니 너무 재밌고 더불어 하버드라는 레떼르를 얻기 위해 포기했던 의학이 너무 매력적으로 느껴졌던 것은 아닐까라는 추측은 해볼 수 있다. 캠벨 책을 굳이 원서로 읽어야 한다고 고집하는 교수 덕에(선수과목 이수하는 일이 왜 이리 힘든 것인가) 2달동안 크래쉬 코스로 들었던 캠벨책을 챕터별로 찬찬히 읽고 있는데, 생물학의 매력은 일반적인 공부의 지루함을 다 떨궈줄 정도이다. 고등학교 때 이과를 가지 않고 문과를 갔던 것이 실수 아니었을까란 11년 늦은 후회까지 하고 있으니 난감할 따름이다.2년 전 과학철학 수업을 들었을 때부터 시작됐던 자연과학, 분석철학, 과학철학에 대한 경도가 이렇게 열매를 맺고 있다고 인지부조화를 체현하는 수밖에 없겠지. 
 


by 리오맥게리 | 2009/03/16 01:18 | 자연과학/과학철학 | 트랙백

도서대여목록: 2월18일

 
두 달만에 학교에 가서 연체된 책을 반납하고 새로 책을 빌려왔다.
주제는 플라톤, 과학철학과 과학사 그리고 자유론이다.

1. 박종현 역주, "플라톤의 필레보스", 서광사, 2004.

2. 조인래 외, "현대 과학철학의 문제들", 아르케, 1999.

3. 토마스 쿤, 포퍼, 라카토스 외, "현대 과학철학 논쟁", 아르케, 2002.

4. 홍성욱 편역, "과학고전선집-코페르니쿠스에서 뉴턴까지", 서울대학교 출판부, 2006.

5. 이사야 벌린, "자유론", 아카넷, 2006.


by 리오맥게리 | 2009/02/18 23:17 | 트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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